달력

12022  이전 다음

  •  
  •  
  •  
  •  
  •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  
  •  
  •  

나는 가정적인 남자는 아니다. 어릴 적부터 혼자만의 생활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어딜가면 집에 전화하는게 어색한 것도 그렇게 커왔기 때문이다.
이런 내가 결혼하고 이제 10년이 되어간다.

아내의 권유와 지원 덕택에 마이애미라는 곳도 가봤고, 스프링원 컨퍼런스를 참여할 수 있었다. 지금은 돌아가는 비행기 안이다. 11시간의 비행시간 동안 영화도 한편 보고 수면도 취했다. 뭔가 고마움을 표시할 것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아내에 대해서 한 시간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솔직히 어려웠다.
98년 8월 23일부터 시작된 연애와 99년 11월의 결혼식, 어색한 프로포즈, 그래서 퇴짜맞고 결혼 일주일 전에 다시 프로포즈를 했던 기억, 신혼여행에서의 잊지못할 둘째날 밤, 9년간 반지하 생활에 대한 미안함, 술로 인해 아내에게 준 상처들, 나쁜 남자가 되기 위해 보냈던 수많은 돈과 시간들, 아이들에 대한 아빠로서의 존재감, 어릴적 고막에 난 상처 때문에 의사소통에 힘들어 하는 모습, 돌아가신 어머니와 작년에 어머니를 따라 하늘로 가신 아버지의 장례를 치뤄낸 추억, 친척들과의 관계를 이어가는 쉽지 않은 모습, 처남들에게 여전히 좋은 누나 역할, 지난 달 부터 시작한 스윙동호회에 부부로 참여해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 즐거워하는 모습...
사실 차마 말로 못할 미안한 것이 더 많다. 그래서 스윙 댄스 동호회에 들어간 것이 참 다행스럽다. 결혼을 해도 외로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아마도 아내도 결혼 생활의 대부분이 외로움으로 가득차 있는지도 모른다. 굳이 내가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으로 야근도 많고, 밤샘도 많기 때문에 그랬다는 구차한 변명을 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문자 메시지 한 통, 전화 한 통이 큰 위로가 될 텐데. 그저 내 사이트에 올린 내 글, 내 블로그에 올린 나의 생각들을 보면서 오래 나를 지원하고 격려해 왔다. 눈물이 난다.

회사를 쉬면서 책을 쓰러 가기 전 오전 10시경에 같이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으면서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앞으로 30년 뒤면 애들 취업하고, 매일 아침을 둘이서 같이 식사할텐데, 30년이면 얼마 안 남았네 라고 얘기했더니, 그 때까지 같이 건강하게 살아야 가능하지 라고 답했던 아내.

앞으로 열심히 잘 살아야겠다. 같이 여행도 하고, 같이 춤도 추고, 함께 행복하게...
서로에 대한 배려는 이제까지 우리를 지켜왔고, 앞으로도 그렇겠지.

2008.12.7 비행기 안에서.


 

Posted by kenu허광남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sloth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8.12.08 06:17

    노총각의 마음을 마구 흔들어놔 버리시는군요 ㅠ.ㅠ

  2. 박현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8.12.08 08:30

    전 이제 겨우 결혼생활 2년차지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글이네요.^_^
    근데... '신혼여행에서의 잊지못할 둘째날 밤'이 뭔지 궁금한건 저만 그럴까요?ㅋㅋ

  3. 달룟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8.12.08 09:20

    이 블로그에서 오른쪽 뇌를 자극하는 글을 보게될줄이야....

  4. coole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8.12.08 10:12

    결혼시기도 비슷하고, 너무 닮은 듯한 인생을...

  5. 용식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8.12.09 17:53 신고

    따뜻한 글이네요.
    새삼 아내의 소중함이 느껴집니다..
    남자가 나이가 들수록 가장 소중해지는 것이
    1. 아내
    2. 와이프
    3. 마누라
    4. 안사람
    5. 처
    라고 하던데요 ^^

  6. arload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8.12.11 21:32

    한국에서 개발자이면서 아버지로 살아 간다는 것
    그리고 개인 브랜드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아내의 도움이 필수라고 생각이 듭니다.

    귀국후 아내 분에게 따뜻한 포옹이라도 해주세요 :)

  7. 알 수 없는 사용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8.12.12 11:40

    케누님 덕분에 저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두분이서)

  8. gildong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8.12.17 13:44

    사뭇 구구절절한 말씀이네요... 뭔가 생각하게 하는 글인데 딱히 생각나진 않고 가슴만 훈훈해옵니다... 두분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셔서 30년 후에 아침밥 같이 드시도록 기원합니다~^^

  9. 맥퓨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8.12.18 08:25

    저도 항상 아내에게 잘 해주지 못하는게 맘에 걸리더군요..
    kenu님은 그래도 블로그에 글이라도 올리시니 저보다는 백배는 나으신 듯 합니다.. :)

군중심리의 최극한은 2002년 월드컵 때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그때는 전 국민이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다들 빨간옷 빨간 액세서리하고 다니는데 굉장히 자연스러워 보였던 때였고, 응원석에 빨간옷 입고 있지 않으면 괜스레 튀는 느낌이 들었었죠.

군복까지는 안되더라도 "Be the Reds!"라는 흰글씨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것은 무언가의 동질감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회사가 있습니다. 팀이 있습니다. 회사의 사람들과 지내는 시간은 가족과 지내는 시간보다 더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업무적인 관계로 같은 공간에서 같이 점심이나 야근을 위한 저녁식사를 하지만 가족과는 달리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조직의 구성원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일한다면 뭔가 잘 조직된 팀같아보이고, 웬지 모를 신뢰감도 형성됩니다. 그래서 복장이나 행사 이벤트 등으로 마음을 모으려는 사내 활동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많은 한계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어떤 이들은 이런 활동을 즐기는 반면 어떤 이들은 학교에서 선생님 눈을 피해서 다니듯 애써 소외된 자리만 찾아다니는 부류도 있고, 어떤 이들은 애시당초 친목도모라는 것을 귀찮아 하기도 합니다.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자라 온 배경이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고, 지향하는 바도 개개인의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단 하나, 같은 회사 조직에 있다는 것은 그 조직이 잘 되기 위한 비즈니스 목표를 갖고 그에 동조해서 같이 일을 하는 것이지 자신의 전인격을 다 바쳐서 충성을 다 해야 할 당위성은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어떤 사람이 팀에 맞춰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무리일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죠.

팀 내에서 편한 사람들끼리 모여 다닐 수도 있고, 상대하기 부담되는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으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하고 싶은대로 하고들 산다고 팀 내에 외롭게 회사를 다니는 수위아저씨 같은 존재의 팀원이 있다면 그것도 좋은 현상은 아닙니다.
누군가 팀 내에서 존재감을 잃어버리게 되면 머지 않아 그 팀을 떠나게 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팀에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죠. "애혀~ 이 돈 받고 여기서 일하느니, 그냥 다른 데 가는 게 낫지"라는 생각이 매 시간 가슴을 때리기 때문이죠.

자유로울 수 있는 배려와 적절한 관심, 팀이 잘 운영되기 위한 기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Posted by kenu허광남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김민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8.04.20 02:36

    저도 그래서 어울리는걸 중시하는데, 그래서 누구나와도 재미있겐 어울려 노는데..
    문제가.. 너무 어울리기만 중시해서 정작 같이 일하는건 뒤로 미뤄 문제가 생긴다는.. ㅋㅋ
    참 그 중간에서 일과 어울림(?) 사이에 중간을 찾는건 힘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