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장례를 마쳤습니다.
강원대학병원에 시신기증을 하셨기 때문에 발인 후 운구 앰블란스는 대학병원으로 향했고, 이종봉 선생님의 제안대로 가족들과 친척들과 제자들 그리고 동생친구들의 차를 이끌고 아버지를 위한 노제를 지냈습니다. 영정사진만 갖고 말이죠. 기증하신 시체라 염습을 하지 않았고, 실온에 노출되게 되면 20분만 지나도 변질이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영정사진은 둘째가 들고 탔습니다. 지금은 춘천시의회 자리로 변한 옛날 강원고 자리, 여기서 제가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 아버지는 강원고등학교 미술선생님이셨고, 이때의 제자 형들이 아버지 평생에 자식같이 아버지를 따랐습니다. 다음으로 성수여상 정문을 다녀왔습니다. 차로 때문에 저와 동생만 아버지 영정사진을 갖고 움직였습니다. 다시 출발하여서 도착한 곳은 강원고등학교 이전한 곳이었습니다. 저는 미처 못봤지만, 예전 아버지와 제자들이 함께 만든 강원고등학교 동상이 학교 입구에 잘 옮겨져 있었다고 했습니다. 강원고 앨범의 처음을 장식하는 동상이라고 합니다. 잘 이전해 준 학교가 고맙고, 아버지와 제자들의 손길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게 되어서 감사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강원고등학교 입구에 있는 동상

image from: http://100.naver.com/slide/image_view.php?image_id=371464 강원고 갤러리

이어서 광판리에 있는 춘천시공설묘원으로 향했습니다. 3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재가 묻혀있는 곳입니다. 아버지 어머니 하늘에서 손잡고 저희를 내려다 보시는 듯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라고 다섯번 크게 외쳤을 때는 모두의 가슴 속에 그분들의 흔적이 느껴졌습니다.

이후 새술막집에서 모두 맛있게 식사를 했습니다. 떡만두국이 맛있었는데, 제자형들이 주신 소주 마시고, 얘기하느라 얼마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큰어머니와 제자형들과의 재미있는 담소도 이어졌고, 아버지 생전에 볼 수 없었던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습니다.

저녁은 외할머니를 모시고 큰집 사촌형 식구들과 같이 식사를 했습니다. 외할머니를 모셔다 드리고, 다시 큰집으로 와서 큰어머니와 사촌형과 형수님과 저와 아내 5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많은 오해들을 풀 수 있었고, 많은 다짐을 하게 했습니다.

빼빼로 데이가 끝나기 10분 전 몇 통을 사들고 동생집으로 갔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얘기하고, 잠을 청했죠.

오늘 아침은 둘째가 맛있게 준비했습니다. 요리사자격증이 있어서인지 정말 맛있더군요. 아버지의 유품과 유작들은 잘 보관하자고 했습니다. 후일 아버지의 유작전시회를 해드리고 싶기 때문이죠. 이리 저리 정리하고, 방명록 명단 정리하는 작업들을 조금 진행했습니다.

서울에 올라와서 처가에 맡겼던 아이들 만나서 데려오고, 지금은 조금 피곤하지만, 할 일은 많은 것 같습니다.

커보니 아버지 나이가 되었고, 아이들이 커가면 저도 할아버지 나이가 되어있겠지요. 하루가 화살처럼 빨리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 짧게 느껴지는 시간 속에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운영해나가기를 기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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