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정적인 남자는 아니다. 어릴 적부터 혼자만의 생활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어딜가면 집에 전화하는게 어색한 것도 그렇게 커왔기 때문이다.
이런 내가 결혼하고 이제 10년이 되어간다.

아내의 권유와 지원 덕택에 마이애미라는 곳도 가봤고, 스프링원 컨퍼런스를 참여할 수 있었다. 지금은 돌아가는 비행기 안이다. 11시간의 비행시간 동안 영화도 한편 보고 수면도 취했다. 뭔가 고마움을 표시할 것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아내에 대해서 한 시간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솔직히 어려웠다.
98년 8월 23일부터 시작된 연애와 99년 11월의 결혼식, 어색한 프로포즈, 그래서 퇴짜맞고 결혼 일주일 전에 다시 프로포즈를 했던 기억, 신혼여행에서의 잊지못할 둘째날 밤, 9년간 반지하 생활에 대한 미안함, 술로 인해 아내에게 준 상처들, 나쁜 남자가 되기 위해 보냈던 수많은 돈과 시간들, 아이들에 대한 아빠로서의 존재감, 어릴적 고막에 난 상처 때문에 의사소통에 힘들어 하는 모습, 돌아가신 어머니와 작년에 어머니를 따라 하늘로 가신 아버지의 장례를 치뤄낸 추억, 친척들과의 관계를 이어가는 쉽지 않은 모습, 처남들에게 여전히 좋은 누나 역할, 지난 달 부터 시작한 스윙동호회에 부부로 참여해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 즐거워하는 모습...
사실 차마 말로 못할 미안한 것이 더 많다. 그래서 스윙 댄스 동호회에 들어간 것이 참 다행스럽다. 결혼을 해도 외로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아마도 아내도 결혼 생활의 대부분이 외로움으로 가득차 있는지도 모른다. 굳이 내가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으로 야근도 많고, 밤샘도 많기 때문에 그랬다는 구차한 변명을 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문자 메시지 한 통, 전화 한 통이 큰 위로가 될 텐데. 그저 내 사이트에 올린 내 글, 내 블로그에 올린 나의 생각들을 보면서 오래 나를 지원하고 격려해 왔다. 눈물이 난다.

회사를 쉬면서 책을 쓰러 가기 전 오전 10시경에 같이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으면서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앞으로 30년 뒤면 애들 취업하고, 매일 아침을 둘이서 같이 식사할텐데, 30년이면 얼마 안 남았네 라고 얘기했더니, 그 때까지 같이 건강하게 살아야 가능하지 라고 답했던 아내.

앞으로 열심히 잘 살아야겠다. 같이 여행도 하고, 같이 춤도 추고, 함께 행복하게...
서로에 대한 배려는 이제까지 우리를 지켜왔고, 앞으로도 그렇겠지.

2008.12.7 비행기 안에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