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아버지의 장례식을 무사히 치를 수 있었습니다. 그 바쁜 와중에도 동생은 차를 몰고 나가서 안주, 술 등을 친구의 마트에서 공수해 오더군요. 동생 얘기로는 땅콩 1kg이 식장의 매점에서는 만원씩 하는데 마트에서는 4,000원이라고 하면서 많이 아끼는 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예비군 훈련을 가보셨나요. 위병소 앞에는 많은 아줌마 아저씨들이 고무링부터해서 모자, 벨트 등을 팔고 있습니다. 모두 고가입니다. 혹시 한라산 꼭대기에 있는 매점에서 한 개에 천원씩하는 초코파이를 보신 적이 있으셨는지요. 시험장 앞에서 컴퓨터용 사인펜을 500원, 1,000원에 파는 사람들도 있지요. 마트에 가면 싼 게 있지만 말이죠.

흔히 바가지라고 얘기하는 현상입니다. 절박한 순간에 없어서는 안될 것처럼 보이는 것을 평소의 물가의 몇 배의 가격을 붙여서 파는 것이죠. 공통점이 있습니다. 준비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일들입니다. 사전 준비가 꼼꼼하게 되어 있다면, 다급하게 마음 졸이며 구하지 않아도 될 것들입니다.

몇 일 사이트를 제대로 보지 못한 사이에 재밌는 글들이 논란이 되고 있더군요. 그 중 하나를 보면서 위와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능력없고 기여도 없이 단가만 높게 부르는 (프리)개발자들 문제  [39]
http://www.okjsp.pe.kr/seq/106866

리플이 제법 많이 달리면서 논쟁을 불러왔는데, 마치 우리 자바개발자도 한라산 꼭대기 매점의 초코파이, 위병소 앞의 고무링과 같은 신세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시장의 원리죠.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가격이 결정된다는.

SI(라고 쓰고 sibal 이라고 읽습니다) 프로젝트에 투입하려면 신화적인 아무도 책임지기 어려운 Man-Month 에 따라 인력이 구성됩니다. 인력의 능력에 따라 프로젝트가 산정되는 것이 아니죠. 그러다 보니 파견직 중에 생기기 쉬운 것이 가서 머릿수라도 채워야 하기 때문에 뽑히는 인력입니다.

급한 상태에서 구매하는 물건은 품질을 고려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그냥 이번 한 번만 어떻게든 넘어가주면 되기 때문입니다. 알지도 못하는 인력을 파견하는 이유는 회사에 준비된 인력이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goodhyun님의 유명한 만화 있죠. "자바 두 명 타요"

제가 알기로는 offshoring 흔히 말하는 아웃소싱에서 inhouse 트렌드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국내 대표적인 두 포털을 보면 외주에서 내부인력의 역량과 직원의 수를 늘려가는 것을 봅니다. SI가 씨받이라면 이렇게 태어난 프로젝트의 산물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키울 수 있는 것은 SM 즉 유모(씨받이 밀크)입니다.

개인적인 소망으로는 SI라는 직군이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자체 회사의 전산실에서 좋은 사람들을 길러내서, 정말 버림받지 않는 소프트웨어들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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