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IMF 터졌습니다.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확 줄이자 넘쳐나는 대졸 미취업자들의 탈출구 하나가 웹마스터 과정이었습니다. MCSE 장난아니게 경쟁높았고요, 저는 학원시험에서 MCSE반 떨어져서 SCJP로 들어갔습니다. 그때는 처음 들어봤습니다. java는 알고 있었지만 SCJP는 "이거 뭥미, 그냥 같은 학원에서 다른 반이니까 들어가자" 해서 자격증 커트라인+1 점으로 땄습니다. 저는 99년 SDS멀캠 출신이죠.

그로부터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아직도 쓸만한 사람이 없다고 업계는 난리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3~5년 뒤에 일어날 겁니다. 경력 10년 이상, 13년 정도되는 생존한 개발자들이 넘쳐날 것이기 때문이죠. 시다바리 개발에 신물이 난 사람들은 아키텍트가 되려고 노력하겠죠. 그리고 이렇게 얘기할 지도 모릅니다. "이 나이에 내가 하리"

하지만 슬프게도 하셔야 될 지도 모릅니다. 아직도 정치력도 없고, 현업과 커뮤니케이션도 서툴다면 말이죠. PM, PL 급의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이 정치력입니다. 이해관계자(스테이크 홀더라고 하죠)들과 협상할 수 있고, 설득할 수 있는 정치력 말이죠.

또 한 가지 그 나이가 되면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협업입니다. 우리 나라에는 천재적인 프로그래머가 많습니다. 하지만 호흡을 맞춰서 뭔가 제대로 해내는 팀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미국엔 소프트웨어 패턴을 집대성한 GoF(Gang of Four;Erich Gamma, Richard Helm, Ralph Johnson, and John Vlissides)가 있지 않습니까? 학교에서 일 저지른 것이죠. 1995년에 디자인 패턴 책이 이 사람들에 의해서 쓰여졌죠.

자기가 혼자 다 하려면 옆에는 머릿수 채우는 호박과 같게 됩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시간도 매우 중요합니다. 잘 되고 있냐 라고 물어보지만 그거 어떻게 믿습니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경우가 프로그래머 세상엔 너무 많습니다. 개인차, 실력차, 코딩 스타일이 제각각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 나이가 되면 팀의 문화를 만들어 내야합니다. 코딩 문화, 회의 문화, 직업 문화. 흔히 개인 생활에는 터치하는 게 실례라고 하지만, 팀원의 사적인 고민, 예를 들면 집안일이라든가 애정 행각에 대한 배려는 팀내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그래야 일할 맛 나는 일터가 되겠죠.

책도 봐야되고, 경영도 알아야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와 함께 컴퓨터 발전 속도도 따라 잡아야 되니 이제 컴퓨터 조립 같은 것은 2만원 주고 용산에 맡기는 게 나을 겁니다.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는 당신은 진정한 프로그래머, 우훗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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